벽암록 제40칙, 중국 송대(宋代) 운문선사(雲門禪師)에게 법을 이어 받은 운문종의 덕산연밀(德山緣密) 스님은 ‘온 건곤의 대지가 나 하나에 갖추어져 있을 뿐이다. 추우면 온 천지가 춥고, 무더우면 온 천지가 모두 무더우며, 있으면 온 천지에 널리 있고, 없으면 온 천지에 전혀 없으며, 옳으면 천지가 모두 옳고, 그릇되면 온 천지가 모두 그릇된다. (盡乾坤大地只是一箇自己 寒則普天普地寒 熱則普天普地熱 有則普天普地有 無則普天普地無 是則普天普地是 非則普天普地非)’라고 말했다.

이 말은 온전한 생명을 모두 기울여 계산 없이 사는 사람들의 전 생명의 삶을 노래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런 경지를 보살의 삶이라고 할까, 영웅의 삶이라고 할까. 아마 이런 이름마저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던지면 맞고, 행하면 닿고, 차면 거꾸러지고, 부딪치면 소리가 날 뿐이리라.

사람들이 괜스레 일을 만든다. 거기에 이름짓기를 좋아하고 따로 뜻 찾기를 즐겨한다. 공연한 일이다. 까닭에 대비를 일으켰다고 하면 제불이 슬퍼할 것이고 세상을 구했다고 하면 성인이 통곡할 것이다. 도무지 이름과 자취도 없는 일을 가지고 온갖 장난을 다 하면 평지에 풍파를 부르는 것에 다름 아니고, 모양과 냄새도 없는 것을 가지고 온갖 장난을 벌이면 낮도깨비와 춤을 추는 꼴이 될 것이다.   

허명과 허상을 용납하지 않는 준엄함 속에서야 바른 법이 모습을 드러내는 까닭에 대비구세라는 말도 오히려 허명과 허상이 아닐런가, 자취를 찾되 모양을 떠나고 교훈을 얻되 이름을 떠남이로다. 해서 짐짓 대비구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