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보신 바에는 인간은 어느 누구의 피조물(被造物)이거나 상관적(相關的) 존재가 아니다. 사람의 참 모습은 절대, 자존자(自存者)며 무한자(無限者)며 창조자(創造者)다. 일체 신성과 존엄과 가치와 권위는 그로부터 유인(由因)한다. 그것은 인간이란, 구극의 진리인 불성(佛性)의 실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에게는 모든 덕성과 능력이 본래로 구족하다. 지혜와 자비는 그의 생리며 체온이다. 희망과 환희, 자신과 성취가 그의 맥박 이전부터 함께 있다. 사람은 본래로 축복된 자며 영원의 자재인 것이다. 그러므로 참된 인간세계에는 찬란한 광명이 가득하고 청정하고 싱그러운 기운은 대지 구석구석에 물결친다. 그러니 그 어디에 어둠이나 불안, 겁약이나 좌절이 깃들 것인가!
이것은 본래의 것이다. 빼앗길 수도 없고, 미(迷)하였다 하여 변할 수도 없다. 이것이 영원히 변할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이며 현실인 것이다. 헌데, 오늘날 우리의 세태(世態)는 그렇지만은 않다. 원래로 이같이도 밝고 따사로운 햇빛인데 인류에게는 첩첩이 불안(不安)의 구름이 가려 앞길이 안 보이는 것이다. 환경파괴, 이상기상, 자원고갈, 인구폭발, 기아만연, 전쟁위기…. 게다가 극도로 거칠어진 무도덕(無道德)의 물결은 우리 주변 어느 한 구석도 안전지대로 남겨두지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세계적 소용돌이 속에서 이제 새 역사를 이룩하기 위하여 꿋꿋하게 일어서서 벅찬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 중에 우리의 주위에는 감각(感覺)과 물질위주(物質爲主) - 유물주의의 망령(亡靈)이 폭풍처럼 우리의 시계를 흐리게 하고 지성(知性)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가치 겁탈이며, 행복 포기며, 인간의 자기부정(自己否定)과 통한다.
우리는 참으로 반야(般若；智慧)의 눈을 크게 떠야 한다. 물질과 감각으로 착색된 미혹(迷惑)에서 벗어나 인간실상(人間實相)을 바로 보고 인간복지(人間福地)를 회복하여야 하겠다. 그리고 거기서 넘치는 힘과 충만한 공덕(功德)을 보고 무한의 지혜와 용력(勇力)을 발현하여, 이 땅 위에 평화ㆍ번영의 굳건한 터전을 이룩하여야겠다. 이것은 인간본연(人間本然)의 영광을 이 땅 위에 구현하는 일인 것이다.

이에 본지(本誌) 「불광」은 감히 우리의 역사와 생활 속에 부처님의 위광(威光)을 전달하는 사명(使命)을 자담(自擔)하고 나선다. 이로써 조국의 발전이 기초할 정신적 기반(基盤)과 동력을 공여하기를 기도하며, 전진하는 민족사의 방향과 저력을 부여함에 보탬이 되기를 기약한다. 오늘을 사는 불자로서 조국과 형제 앞에 진실을 바치고자 함에서다.
삼보제성(三寶諸聖)이시여 증명하여지이다. 형제들이여 미충(微衷)을 살펴지이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

※ 이 결사문은 개산조〔光德〕께서 ‘월간 불광’ 창간호(1974년 11월)에 실은 창간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