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마니주의 주인

약 3천 년 전 어느 날 인도 영취산에는 그 날도 석가모니 부처님의 법석이 이루어져 수천으로 헤아리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 때 부처님은 손에 구슬 한 개를 들고 나오셨다. 이른바 마니주(摩尼珠)다. 부처님은 구슬을 대중 앞에 들어 보이면서 '이 마니주는 어떤 빛깔을 하고 있느냐'?고 물으셨다.
마니주란 신비한 구슬로 알려지고 있는 이른바 如意珠다. 마니주를 가진 자는 무엇이든 막히는 것이 없고 일체를 성취한다고 한다. 물에 들어가도 빠지지 않고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고 일체 造化가 자재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니주는 보는 사람에 따라 빛깔이 다르다고도 한다.
그 때에 거기 모인 청중 가운데 맨 앞에 있던 제자들이 일어서서 제각기 말하였다. 어떤 사람은 푸르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붉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누르다고 하는 등 제각기 본대로 말하였다.
부처님은 이 말을 듣고 나서 이번에는 구슬을 거두어 옷깃 안에 숨기고 두 손을 번쩍 들어 보이며 말씀하셨다.
'자, 이 구슬은 어떤 빛깔을 하고 있는가'?
이 말씀 아래 대중들은 어리둥절 했다. 앞서 말했던 제자가 머뭇대다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지금 아무 것도 같고 있지 않사온데 무슨 빛깔이 있다고 하십니까'?이 때에 부처님은 엄숙히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어쩌면 그다지도 아득한가. 금방 세간의 마니주를 보였을 때는 이말 저말 말이 많더니 이제 진실한 마니주를 보였는데도 아무 말도 못하는구나.'부처님은 빈손을 번쩍 들어 진실한 마니주를 보이셨다. 한 물건 가지지 아니 하였을 때 진실한 마니주가 온전히 드러남을 보여 주셨다. 허물 되는 말을 감히 한다면 부처님은 참된 마니주를 보여주신데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가 진실한 마니주 자체임을 가르쳐 주시고 다시 이 마니주를 보라고 눈앞에 들이대며 깨우쳐 주신 것이다.
빈손 번쩍 들어 보이는 가운데에 일체성취, 일체자재, 원만구족의 대 진리는 전면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이다. 부처님은 실로 여기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부처님은 그것을 가르쳐 주셨다. 이것을 안다면 우리가 비록 미혹하여 밖으로 진리를 찾아 헤매고 온갖 허망과 죄악을 가득히 붙들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의 本來面目은 무진장한 진리광명 그대로인 것도 알 수 있다.
우리는 마니주법문에서 새로이 눈을 뜬다. 우리들이 비록 진리에 미혹하여 우매한 상태로 떨어졌더라도 우리의 본래 생명에는 영원불멸, 무한 창조의 권능적 위력이 원래 自若함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한 생각 돌려 이러한 자기 본성에 눈떠서 스스로의 긍지와 신성과 존엄을 지키고 구김없이 내어 쓸 것을 생각한다. 동시에 설사 어떤 역경에 부딪쳐 절망적 상황에 빠지더라도 실로는 걸림이 없는 창조의 위력이 언제나 살아 있음을 알게 한다. 그러니 어찌 절망이 있을 수 있겠는가.
마니주로 표현된 근원적 진리는 우리 생명을 끊임없이 흐르고 변함없이 생생하다. 무한의 지혜와 무한의 자비와 무한의 위덕이 원래로 거기 자족하다.
이 신성, 이 존엄은 누가 베풀어줘 있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모습이다. 이러한 근원 진리밖에 다른 것이란 없다. 있는 것은 진리뿐이다. 인간과 우주는 이 진리의 전개이며 모습이고 인간은 그 중심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환경이 좋든 나쁘든 누가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가 미혹하여 스스로 망령된 경계를 이루었음을 알게 된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조건은 바로 우리 마음을 비춘 거울인 것이다. 그렇다면 오직 우리들 자신이 진리에로 바뀜으로써 우리의 환경과 앞날이 밝게 바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 모두는 마니주의 주인공이다.
스스로가 무한창조의 권능자다.
거룩한 진리의 본성을 깨달아 진리본연의 평화와 자비와 끝없는 번영을 꿈꿔 평화와 발전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절망, 비관, 무거운 죄의식과 오만, 대립이 우리의 운명과 역사를 어둡게 만든다는 것을 알아 엄히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형제들이여, 마니주의 주인공들이여, 태양을 삼킨 밝은 꿈, 줄기찬 정진으로 마니주의 창조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자.


※ 경향신문, 1981년 10월 3일(토요일) 주말명상 난에 실렸던 내용입니다.-文責記者